도서 소개
괴물이 나타났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괴물을 죽이려 하는가, 아니면 인간이 변해야 하는가. 1954년 등장한 고질라는 단순한 괴수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고질라가 오는 밤에』는 '공포의 대괴수'에서 시작해 점차 의미를 잃어가는 존재로 변해간 고질라의 궤적을 따라가며, 전후 일본 사회와 인간의 변화를 읽어낸다. 이 책은 괴물을 둘러싼 인간의 태도를 되묻는 동시에, 오늘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인문서다.
출판사 리뷰
괴수의 등장, 고질라
『고질라가 오는 밤에』는 일본 슈에샤에서 출판된 『고질라가 오는 밤에-‘사고를 재촉하는 괴수’의 현대사』를 번역한 책이다.
고질라는 “살아가는 시대와 질서 전체의 윤곽”을 명확히 그려내는 존재로 일본인 앞에 출현했다. 물론 고질라에게는 여러 모습이 있다. 선한 고질라, 공포의 고질라, 파괴하는 고질라, 방위하는 고질라, 그로테스크한 고질라 등등이 그것이다. 물론 인간이야말로 고질라이자 괴수라는 저자의 메시지를 담았다.
시오미 센이치로가 해설에서 쓰고 있듯이 이 책은 저자의 고질라에 대한 애착 / 애정을 바탕으로 수소폭탄 실험, 원자력발전, 근대화, 도시, 자위대, 고도경제성장 등 일본의 전후를 살아간 고질라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고질라의 출현이 뜻하는 의미를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질라가 오는 밤에』로 보는 시대의 괴수
『고질라가 오는 밤에』는 고질라를 중심으로 일본의 역사와 사회를 이론화했다기보다, 고질라가 절멸되지 않고 촉구했던 인간을 향한 변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1954년 첫 영화 <고질라>에서 ‘공포의 대괴수’로 등장했던 고질라는 이 책 4장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일본)‘국민’의 변화를, ‘국민’ 내부로부터 자기변화의 시도를 요구하고 촉구하는 존재”로서 등장했다. 하지만 고도경제성장이 시작되자 사회의 질서 안에서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점해가고 해방의 상징인 그로테스크한 고질라는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던 상황도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괴수가 사회에 등장했을 때 인간의 반응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편견으로 만들어진 존재, 괴물
『고질라가 오는 밤에』는 전후 일본 사회를 다룬 책이지만 한국어판을 읽는 독자는 한국 사회의 파국적인 사건과도 겹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 ‘괴물’이 출현했을 때 우리는 “괴물이 나타났다. 괴물을 죽여라”와 “괴물이 나타났다. 인간이 변해라” 중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었는지 / 가고 있는지도 돌아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괴물이 나타났을 때 우리는 괴물을 죽이는 데만 혈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인간이 변하는 길로 나아갔었던가?
고질라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괴수지만, 지금까지 그와 관련된 인문학 연구서나 번역서는 나온 적이 없다. 『고질라가 오는 밤에』를 읽으며 질문에 대한 답을 독자 스스로 찾아보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역자의 소망이 담겨 있다.
고질라는 변모하는 괴수이다. 근대가 그 이전 사회와 비교해서 대담한 ‘변화와 변모’의 우위성을 들이밀어서 승리한 이후, 우리는 좋든 싫든 가공할 변화와 변모하는 사회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는 고질라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지! 반세기가 넘도록 거대한 체구를 노골적으로 노출하며 계속 현대를 살고 있는 고질라가 아닌가. 고질라야말로 변화와 변모를 보여주는 가장 가시적인 현상의 하나라고도 볼 수 있다. 그 변화와 변모를 명확히 나타내는 것은 고질라가 직접 대결하는 적이 작품마다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시간의식은 고질라를 ‘공룡’으로 디자인했을 뿐만이 아니라 참으로 ‘그로테스크’한 공룡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밝고 합리적인 내일을 위해서 어제를 짐짓 어둡고 비합리적인 시간으로 포착했기에 그러한 어제가 현재에 역류해 오거나 자신이 어제로 되돌려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그 공포가 또한 내일을 한층 빛나고 아름다운 시간으로 만들었다. 어제를 어둠 저편으로 봉인하려 했다는 식으로 내일과 어제 사이는 점차 멀어져서 어제를 향한 공포는 그때마다 부풀어져 갔다. 어제가 이상하고 어쩐지 무서운 시간으로 여겨졌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만큼 과거는 꺼림칙하고, 끔찍하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싫은 시간의 표상이 됐다. 고질라를 만들며 “가능한 무서운 것으로”라는 컨셉을 잡았다고 하는데, 그러한 모티프는 이와 같은 ‘과거’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고질라 영화 역사상 가장 거대하며, 가장 빠르고 또한 가장 그로테스크하며 가장 유약한 고질라가 출현했다. 다름 아닌 미국에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고질라 첫 영화 〈갓질라〉다. 영화 시작 부분에는 프랑스의 핵실험에 노출된 이구아나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다만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고질라는 아무리 봐도 이구아나가 거대해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이구아나 (혹은 이구아나 이외의 것)와 인간 사이의 유전자 공학적인 결합체가 거대화된 것이다. 일본판 고질라 시리즈의 공룡 스타일을 한 괴수 고질라와는 달리, 가면라이더 시리즈에 등장하는 ‘괴인’, ‘수인’을 닮은 스타일이라고 해도 좋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다카하시 토시오
일본의 문예평론가이자 와세다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일본 근현대문학과 문예비평을 전공했으며, 문화청의 여러 예술 관련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1995년 와세다대학교 조교수가 되었고, 1999년 교수로 승진해 2022년 정년퇴임했다. 문학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 만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평 활동을 펼쳤다. 저작으로는 『다양성의 질서-비평의 현재』(1985), 『문화로서의 AIDS』(1987)를 시작으로 『고질라가 오는 밤에』(1993), 『이유없는 살인 이야기』(2001), 『후지사와 슈헤이』(2002, 제15회 대중문학연구상 수상), 『오키나와문학선』(2003), 『시대소설과 만난다』(2008), 『호러국가 일본』(2012년 한국어판), 『아무도 들려주지 않았던 일본현대문학-전쟁·호러·투쟁』(한국어판 선집, 2014), 『저항한다』(2019) 등을 포함해 수십 권의 저작이 있다. 전쟁 방지는 전쟁이 터진 이후가 아니라 평시에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2010년대에 일본에서 나온 대기획 『컬렉션 전쟁 문학 전 20권』의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